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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
A Card from Autumn by 안도현 시인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모르게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오 늘은 9월 1일 첫 주일입니다. 불볕같은 날씨가 많이 수그러들었 습니다. 무성한 푸른 잎 대신에, 열매가 맺히는 계절입니다. 그 사이에 무성했던 잎들은 모두 낙옆이 되어 한 잎 두 잎 아래로 떨어집니다. 푸르청청하게 위에만 있던 나뭇잎들이, 아름다운 색깔로 변하여, 지면을 채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땅위에 떨어진 나뭇잎들은, 겨우내 거름이 되어, 봄에 새로운 싹을 틔우는 영양분이 됩니다. 내가 낮아지고 죽어, 새로운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기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좀 더 낮아지는 가을 이 되었으면 합니다. 좀 더 사랑하는 가을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좀 더 내가 죽어, 많은 영혼을 구원하는 생명의 도구로 쓰임받는 가을이 되기를 바 랍니다. 샬롬. – 2019.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