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다망
Too busy to rest

젠가 친구 목사님께 오랜 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반가운 마음에, 공사 다망한 가운데, 잊지 않고 전화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는데, 상대방이 밝은 목소리로, ‘그래요.   요즘 공사가 다 망했습니다.’ 라고 답해서 함께 크게 웃었습니다. 그분의 조크를 들으면서, 묘하게 여운이 남았습니다. 공사다망(公私多忙)이라는 말은 공(公)적인 일과 사(私)적인 일에 많을 다(多), 바쁠 망(忙), 그래서 많은 일로 무척 바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바쁠 망()자의 한자어 풀이가 재미있었습니다마음 심()변에, 망할 망()자를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바쁘다는 말의 의미는 마음이 망했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망해서,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다는 의미입니다. 자기가 왜 사는지도 모르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려, 그 때 그 때 주어진 일들에 치여 정신없이 살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면 정말 공사가 다 망하게 될 수 있습니다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이승우선수가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 예선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무려 40미터를 질주한 후,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왼발 칩샷은 축구 천재로 불리는 메시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선수를 키워낸 곳은 한국이 아니라, 세계적 명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입니다.  바르셀로나의 유소년팀의 훈련이 독특합니다.  이곳에서는 선수 이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전에는 학교 수업 듣고, 오후 4시부터는 언어 공부하고, 축구는 고작 오후 7시부터 1시간 남짓 훈련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해야 창의적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부족한 훈련량에도 메시와 이니에스타같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배출되는 까닭은 축구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게 되었을 때, 그는 연습량만 따지면 한국 선수들이 세계 최고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지도자 눈치 보기 급급해 시키는 것만 하는 매우 수동적인 축구 선수’로 성장하게 되어, 창의성이 요구되는 세계적 수준에 이르지 못합니다.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학생들을 바쁘게만 만들어, 결국은 공사가 다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한국 사람들은 쉬는 것을 거의 죄악시하는 분위기속에서 처해 있었습니다. 땀흘려 일하는 것만이 미덕이었습니다. 학교생활, 직장생활, 그리고 신앙생활도 죽기 살기로 합니다조금도 여유가 없습니다그러나, 교회당안에서 기도만 한다고, 주님을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좌우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바쁘기만 하면 세계적 수준에 이르기는 커녕 공과 사가 다 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동산 봄철 운동회 날입니다. 동산 야외 모임의 날에, 점점 참여하는 성도님들이 늘어나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바라기는 오늘 Rockland Park에서 있는 야외 운동회를 통해서 자연속에서 우리를 만나주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은총안에서 성도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신앙생활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는 것이 단순히 기도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수준이 다른 신앙생활을 기쁨으로 누리며 공과 사가 다 흥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17.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