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감사축제 (Celebration of all cell groups)

오래 전 시애틀의 작은 교회에서 중고등부 전도사로 섬길 때였습니다.  학생 중 하나가 이곳에서 태어났는데, 학교에서 학부모에게 연락이 오기를 선생님이 그 아이 말을 잘 알아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영어를 잘 못하셨기 때문에 아이가 뭐라고 하면, 다 유창한 영어인 줄 알았는데, 발음도 부정확하고 문장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broken English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적지않게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영어를 저절로 다 잘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버드 의대에서 세 살 자녀를 둔 83가구를 조사한 결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2천여 개의 어휘 중 1천 개 이상이 가족 식사에서 배운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해 책을 통해 배운 어휘는 겨우 143개뿐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를 거의 못하는 한국인 부모를 둔 한국 아이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실 아이들은 영어뿐만이 아니라, 한국말도 부모에게 배우게 됩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우는 ‘엄마, 아빠’라는 단어는 모두 수천번의 반복을 통해 부모가 아이와 대화한 결과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어떤 청년은 놀랍게도 경상도 말을 했습니다.  알고보니 부모님의 경상도 분들이셨는데, 어릴 때부터 그 억양으로 한국말을 집에서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언어를 익히는데 있어서 부모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것도 억울한 일인데, 한국어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한국말 교육에 신경을 쓰지 않고, 한국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기는 하지만, 집에서 한국말로 아이들과 별로 대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아이들은 한국말도 못하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어중뜨기로 성장하게 됩니다.  물론 개중에는 언어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도 있지만, 대개의 아이들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습으로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부모와의 대화가 중요하고, 부모와 만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고, 가정 예배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유려한 화법의 비결로 식탁에서 가족들과 나눈 토론을 꼽았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섯 명의 자녀를 뛰어난 인재로 길러 낸 전혜성 박사는 새벽 6시 30분, 아침 식사는 온 가족이 함께 한다는 철칙을 지킨 것이 자신의 교육 비법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식사 시간을 지키는 가운데 부지런함과 신뢰를 몸소 익혔다는 것이니다.  

신앙생활에도 가족이 소중합니다.  신앙이 자라게 되고, 신앙인의 언어를 배우게 되는 것은 혼자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셀가족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 식탁을 사이에 두고 시간 약속을 지키면서, 말씀으로 의사소통할 때, 모든 면에서 아름답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나게 되는 것이니다.  내 신앙성숙에 셀가족이 소중한 것입니다.  

오는 11월 22일은 추수감사 주일로 지키면서, 오후 5시에 셀가족 감사축제의 시간을 갖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셀감사축제를 통해, 서로 식탁공동체로 더욱 가까워지고 말씀과 찬양으로 서로 교통할 때 예수안에 하나되고, 신앙적으로 더욱 깊이 성숙하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