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원 (All connected circle)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수촌으로 알려진 곳은 일본의 오키나와 오기미촌입니다.  이곳에는 100세가 넘는 노인들도 식사, 청소, 빨래 등의 일상적인 일들뿐만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직접 밭을 갈고 물고기를 잡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장수 노인들은 혼자나 혹은 부부끼리 살고 자식들은 거의 타지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이 분들이 자식들이 함께 살지 않아도 별 걱정없이 지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오기미촌에 내려오는 ‘유이마루’라는 특이한 전통 때문입니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이웃집의 창문부터 살핍니다.  기후가 따뜻한 이곳은 아침에 일어나면 모두 창문을 여는 게 관습으로 되어 있는데, 아침에도 창문이 닫혀 있다면 그 집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이웃집 창문이 닫혀 있으면, 찾아가 이웃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살펴보고 도와 줍니다.  

  이렇게 살다보니, 사람들은 이웃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 정도로 서로 가깝게 지내게 됩니다.  누군가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도 바로 알 수 있기에 작은 액수라도 이웃들이 돈을 모아 전달해 줍니다.  어느 할머니가 좌판에서 파는 떡이 신선하지 않더라도 사주고, 동네에 큰 슈퍼가 생기더라도, 노부부가 운영하는 조그만 가게에서 물건을 사주어, 서로가 그 마을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합니다.  

  이것이 오기미촌의 전통 관습인 ‘유이마루’로, ‘연결된 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농사 일처럼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할 때, 마치 한국의 ‘계모임’처럼 서로 도와주는 순서를 의미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도와 난관을 극복하는 좋은 전통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과 근심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간에 돕는 전통이 걱정과 근심을 나누고 기쁨과 평안을 증진시켜, 자연스럽게 건강 장수하는 축복을 모두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이 늘 외롭고 힘들고 슬프게 살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서로의 창문을 살펴주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주일에 저희 교회를 방문해 주시고, 말씀을 전해 주신 정길진목사님을 보면서,오기미촌의 ‘유이마루’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분은 늘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먼저 실천해 오셨습니다.  자신의 집을 손님들에게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내어 주고, 누가 부탁하면, 그 부탁을 자기 일처럼 신실하게 최선으로 도와 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 주변에는 또 그분을 돕고자 하는 분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절)고 말씀했습니다.   서로를 돌아보고 대접할 때, 오히려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 전체가 큰 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피차간에 돌아보아, 서로의 필요를 채워 유무상통하는 공동체였습니다.   이것이 참된 교회의 모습입니다.  2009년 기축년은 성경대로 살아, 피차 서로를 돌보고 사랑을 실천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개인과 공동체를 이루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