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늘
’Today’ by 시인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이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문장, 1939년 8월)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요즘 한국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또 많이 부족한 우리 주변 사람들을 보면, 탄식이 나오기도 합니다.  왜 세상은,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대로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가 한참 어리고 젊었을 때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어서 그것이 부질없는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나라를 바꾸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어서 그것 역시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동네를 바꾸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허무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으로 ‘내 가족들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되지 않았다.  죽기 전에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아 아, 내가 변했더라면! 내가 변하면 나를 보고 가족들이 변하고, 가족들이 변하면 동네가 변하고, 동네가 변하면 나라가 변하고, 나라가 변하면 세상이 변했을 것을….

올해의 표어는 그리스도를 본받아입니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려하면, 가장 변화가 힘든 사람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변화는 어느 한 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심령으로 마음을 비우고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려는 하루 하루가 모여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삶의 과정인 것입니다.  영원 속에 이어진 오늘이라는 하루 하루를 온전히 주님께 드려 내 자신의 삶과 인격이 좀 주님을 본받는 새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샬롬.  2017.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