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새로운 출발점
Last and first station

지난 2009년 1월 중순, 저는 아침에 신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허드슨 강에 비행기가 불시착했는데, 그 비행기 양쪽 날개위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위험천만하게도 승객들이 쭉 늘어서 있었습니다.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새 떼와 충돌해 엔진이 꺼지면서,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면서 벌어진 광경이었습니다. 기장과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놀랍게도 탑승자 155명 모두 살아났습니다. 기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저들은 모두 살아날 수 있었을까요? 그러나, 제가 궁금했던 것은, 어떻게 살아났느냐가 아니라, 저들은 그 비행기 날개 위에 서서, 죽음이 바로 한 뼘 거리에서 손짓하는 그 절체절명의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죽음의 실체를 가장 뼈저리게 깨닫고 난 후에 저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입니다. 1월 중순, 추운 겨울 비행기 날개위에 위태롭게 서서 죽음을 가까이 접했던 사람들 중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갑자기 맞닥뜨렸던 죽음의 공포앞에 큰 충격을 받고 일상 생활이 힘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죽음을 통해서 오히려 크게 변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릭 엘리아스라는 사업가가 그 중에 한 사람입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쫒아 미국에 온 이민자였습니다.  성공하기 위해 늘 가정은 뒤로 미루고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자, 몇 가지 일이 너무 후회스러웠다고 합니다. 좋은 일들은 늘 뒤로 미루고 살았는데, 그 모든 순간이 후회되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앞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죽음앞에서 새로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죽음은 삶의 종점이지만, 때로 죽음은 삶을 새로 시작하게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암 생존자가 무척 많은데, 암 판정을 받고 나서 죽음을 맞닥드리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생활습관이 180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좋아하던 술 담배 끊고, 유기농 먹거리를 찾고 소식을 실천합니다. 잡곡으로 만든 밥을 들고다니며 먹고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도 줄입니다. 건강할 때에는 생각도 못했던 변화를 스스로 이루어냅니다. 때로 죽음의 공포는 삶을 아주 건강한 방향으로 돌려 놓기도합니다. 그러므로 마지막을 인식하고 사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자세가 아니라, 삶을 오히려 더욱 치열하게 살게 하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오늘 내가 보는 세상이 어제 죽은 누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했던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오늘 눈에 보이는 모든 세상이 내게는 상이요, 축복임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마지막 주일입니다. 2018년을 시작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8년도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살다보면,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다’고 말씀하면서, 죽음과 심판을 준비하면서 살았던 불의한 청지기를 지혜롭다고 칭찬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2018년 남은 한 달, 마지막을 생각할 때, 우리는 더욱 지혜롭게 오늘을 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을 생각할 때, 우리는 자칫 흥청망청 시간을 허비할 수 있는 연말연시에 매 순간을 더욱 의미있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습니다마지막을 인식하는 그 때가 새로운 출발점이 됩니다.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남은 한 달을 매일 새롭게 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18.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