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내 목소리 (A vote, my voice)

  1992년에 LA 폭동이 일어났을 때, 저는 LA인근의 오렌지 카운티에 살고 있었습니다.  한 번은 운전을 하면서, 한인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었는데, 다급한 아나운서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운타운에서, 서로 흑인들과 한인들이 서로 총을 쏘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치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권력이 손을 놓은 사이에 흑인들의 약탈이 심해지면서, 주로 한인 상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자, 한인들이 총을 들고 자기 가게를 지키기 위해서, 달려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미국 주류 언론에서는 LA 폭동을 ‘한흑간의 갈등’으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에 와서 흑인들의 돈을 착취하고 흑인들을 무시하면서, 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결과 흑인들이 한인들을 상대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는 한흑간의 갈등이 아니라, 미국내의 ‘가진 자’와 ‘없는 자’간의 갈등이 Rodney King 사건으로 도화선이 되어 폭발한 사건이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인들은 매우 위험하고 다 죽어가는 흑인촌에 들어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LA를 사람이 살만한 도시로 바꾼 일꾼들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미국 사회에 폭동을 유발하고, 큰 해를 끼치는 민족으로 오해받는 상황이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피트 윌슨이라는 주지사에게 청원해서 한인들을 위해 대변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큰 돈을 모아 그의 정치자금에 협력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게서 호의적인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미 주류언론에 한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거의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그에게 돈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한인들간에 팽배해졌습니다.  그러나 주지사는 우리들 생각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했습니다.  

  우리들은 LA 폭동 사건을 통해서, 정치가에는 돈이 아니라, 유권자의 한 표가 결정적으로 그의 마음과 입술을 움직인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바쁘다는 핑게로 거의 투표하지 않을 때였기 때문입니다.   투표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미국내에 사는 한인 시민권자중에 겨우 20퍼센트만 유권자 등록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겨우 15%의 사람만 투표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전체 시민권자를 100명으로 보았을 때, 한 두 사람만 투표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투표하는 민족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치가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는 11월 4일 화요일이 대통령 투표일입니다.  보통 투표일에는 대통령과 함께 지역 정치가들을 뽑기도 합니다.  우리는 소수이기 때문에 한 표를 아무에게나 쉽게 던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역 정세를 잘 이해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 정치가에게 우리의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위치한 리틀페리에는 약 1만명의 주민들이 삽니다.  그 중에 한인이 약 1700명이라고 합니다.  팰러새이드 팍에는 무려 30%의 한인들이 주민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만 뭉친다면,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된 동네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미국내에 사는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우리 민족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투표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11월 4일, 투표하실 수 있는 분들은 모두 투표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