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사람
A runner

종종 거금의 로또에 당첨된 사람에게 ‘제일 먼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 두거나 줄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죽을 때까지 일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생겼으니 이젠 일하지 않고, 편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하던 일을 그만두면 정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세계적인 식품회사 “Dole”을 이끌고 있는 사업가는 데이비드 머독입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사업 수완이 좋아서 이미 20대에 백만 장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더욱 열심히 일했습니다. 90세가 넘었을 때에도, 새벽에 일어나 목장에서 한 시간 정도 승마하고 조식후에 출근했는데, 대기업 회장임에도 ‘출퇴근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손수 운전해서 회사에 나갔습니다. 그가 건강 장수하는데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등 규칙적인 생활이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삶의 태도가 건강했습니다. 그는 몸을 사용하면 나이를 못 느낀다고 이야기하면서, 백세인 지금도 여전히 회사 일에 관여하고 연구원을 격려하고 생산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사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이외에, 여전히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새해가 되면 105세가 되시는 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박사님도, 자신의 건강과 행복한 삶의 비결에 대해서,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데이비드 머독 회장이나 김형석 교수님의 말을 종합해 보면, 몸을 사용하여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것, 죽을 때까지 달리는 삶이 남은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임에 틀림없습니다.

 

신약 성경의 거의 절반을 쓴 사도바울은 30대에 부름받아 60세가 넘도록 근 30년간 ‘복음을 위해서’ 엄청난 업적을 쌓았습니다.  지금부터 2천년 전 로마시대는 평균 수명이 고작 30세를 넘지 못했고, 60세 넘도록 사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5%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그러므로 60세가 넘은 사도바울은 당시 기준으로 보았을 때, 꽤 오래 산 노인인 셈입니다. 사람들은 노인이 되면 몸도 약해지고 마음도 약해집니다. 그간 열심히 산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도 싶고, 이제는 모두 젊은 후배들에게 일을 맡기고 뒷선으로 물러나 조용히 살다 가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도바울은 순교하기 전에 쓴 서신인 빌립보서에서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달려간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빌립보 교인들에게 ‘너희도 그리 행하라’고 권면했습니다. 사도바울은 한 마디로 달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자기의 남은 인생을 모두 다 드려서, 결승점을 향해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달리는 삶이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요, 늙어 죽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쓰임받다 주님 품에 안기는 영광된 삶의 비결인 것입니다.

 

사실, 돈을 버는 직업에는 은퇴가 있어도, 하나님 부르신 소명에는 은퇴가 없습니다. 살다보면 이 둘이 헷갈려서, 돈버는 직업에서 은퇴하면서, 교회 생활, 신앙생활, 봉사활동, 섬김, 복음 전하는 사명에서도 은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사명에서 은퇴하면, 인생은 그 순간부터 어차피 늙어 쇠잔해질 몸, 아무런 의미없이 시간보내다 병들어 죽는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달리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달리는 인생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하나님을 기쁘게 하고, 달리는 인생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의 영혼을 구원해 냅니다.  우리는 예수님도, 사도바울도, 나이들어 병들어 죽은 것이 아니라, 모두 끝까지 사명을 붙들고 달리다가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과 사도바울을 본받아, 달리는 인생으로 일평생 보람차게 쓰임받다, 병들어 아프다 죽지 않고, 주님 부르실 때 하나님의 품에 찬양 부르며 안기는 우리 모두 되기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