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로 바다에 수장된 아이들
Buried Alive in the Water

지난해 8월 경상북도 대구 칠곡군에서 계모의 의붓딸 학대 살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 계모 임모씨는 당시 8세의 의붓딸을 ‘병사(病死)’한 것처럼 은폐하려 했다가 여의치 않자 죽은 딸의 친언니(12살)가 때려 죽인 것으로 어린 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했습니다.  딸들의 친아빠는 계모와 한 패가 되어 죽어가는 막내딸을 동영상에 담기도 했습니다.
8살짜리 여자아이가 죽어간 과정이 너무 끔찍합니다.  그 아이는 죽기 전까지 거의 1년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계모에게 폭행을 당하고 학대받았습니다.  세탁기에 아이들을 넣고 돌리기도 했다는데, 이렇게 학대받아 죽었을 때, 아이 시신을 부검해 본 결과, 온 몸이 멍투성이에다가 파열된 장기까지, 뱃속 내장들이 모두 멍 든 상태였다고 합니다.  아이는 내출혈로 2틀간 끙끙앓다가 죽었습니다.
이렇게 자기 딸을 죽여놓고, 그 계모가 받은 판결은 겨우 10년 징역형입니다.  이게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줄 수 있는 최고형이라고 합니다.  딸을 죽이는 일에 공조한 친아빠는 3년형을 받았습니다.  미국같으면 둘다 최하 30년형에서 무기징역입니다.
한국은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어릴 때부터 장유유서를 미덕으로 알아서, 늘 나이 많은 사람들이 대접받는 나라입니다.  가정에서부터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어리고 약한 아이들에게는 함부로 말하여 상처주고, 신체적으로 학대하면서도 별 죄책감들이 없습니다.
자녀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자녀들의 소원과는 상관없이 의대, 법대등으로 ‘자신들의 못배운 한을 자녀에게 풀려는’ 부모들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녀를 세탁기에 돌려 학대하다가 때려죽여도 최대 10년형밖에 받지 않습니다.  어린 자녀들의 인권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런 사회분위기속에서 한국은 선진국중에서 유독 아이들의 사건 사고가 많은 나라입니다.
1999년 청소년 수련원 씨랜드에서 불이나 유치원생 19명이 죽었습니다.  지난 해 7월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등학생 5명이 죽었고, 지난 2월 경주 리조트 붕괴에선 대학 신입생 9명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는 무려 수백명의 아이들이 산채로 바다에 수장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가 그 어떤 재난보다도 비극적이고 참혹한 까닭은, 어린 ‘고등학생들’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바다에 잠겨 죽어간 경우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습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올해 어린이 날은 내 자신이 한국인이며 어른이라는 사실이 정말 너무나 부끄롭고 괴롭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산채로 바다에 수장된 아이들은 우리 한국 사회와 한국인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평소에 어떻게 대하는지를 온 세상에 확실하게 보여준 증거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배에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타고 있었더라면, 그 세월호 선장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배를 제일 먼저 버리고 떠났을까 생각해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을 너무나 오랫동안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어린아이 하나 영접함이 곧 나를 영접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우리 모든 한국인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영원히 잊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어린이 주일, 다시는 우리가 우리 어린 자녀들을 경홀히 대하지 않고 주님처럼 존귀하게 섬길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