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대제사장
The high priest, eternal

지난 달 24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상당히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판결을 발표했습니다. 임신 6개월이 되기 전에는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의 폐기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미국은, 낙태가 불가능한 나라였습니다. 낙태를 하면 법으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1973년 9명의 미대법관중 7명이, 낙태 처벌은 미 수정헌법 14조의 침해로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1973년 이후로, 여성들은, 임신 6개월이 되기 전에, 자유롭게 낙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50여년만에 미국 연방 대법원에 의해 낙태 합법화 법안이 뒤집힌 것입니다. 올해 6월, 9명의 대법관중 5명이 낙태는 권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약 반세기 만에 낙태가 다시 불법으로 공식 규정되었습니다. 이제 낙태권 존폐 결정은 미국 주 정부 및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의 낙태 불가 판정으로 인해, 앞으로 미 전체 50개 주 중 절반 이상의 주가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왜 미국에서, 역사를 거슬러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 모든 일이, 연방 대법원 판사 임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 연방 대법관은 사망하거나, 혹은 자의로 물러나거나 은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를 제한받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요, 연임이 가능하지만, 대법관의 임기는 종신입니다. 정권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하게 법정신과 양심에 따라 판결토록 배려한 자리입니다. 사망하거나, 자의로 물러나거나, 은퇴할 경우엔, 해당 임기의 미국 대통령이 지명하여 상원을 통과하여 궐위된 대법관을 임명하게 됩니다. 그런데, 대법관도 사람인지라, 보수, 혹은 진보라는 일종의 정치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때까지,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은 대략 보수 성향 판사 4명, 진보 성향 4명, 그리고 중도 1명으로 균형있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때에, 갑자기 3명이 죽거나 은퇴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4년에, 무려 3명의 대법관을 지명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두 보수 성향을 가진 법관들입니다. 이들의 영향력으로, 헌법적 권리인 여성 낙태를 인정한 판결을 5명이 찬성하여 폐기하게 된 것입니다. 연방 대법원은 미국의 최종 양심의 역할을 하는 곳인데, 그 양심이 반세기만에 이랬다 저랬다 변하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이전 사람이 물러나면서, 완전히 성향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미국 연방 대법관 같은 직분이 나옵니다. 구약시대 제사장 직분입니다. 구약시대, 제사장, 특히 대제사장은, 종신직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의 최고 지도자였습니다. 과거, 비록 종신직이었다고는 하지만, 수명이 제한된 제사장이 세움받아 백성들을 인도했을 때에 백성들은 늘 불안했습니다. 선한 제사장이 죽으면, 그 다음 새로운 제사장이 그 직분을 이어받는데, 그 이전 제사장처럼,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었습니다. 비즈니스 거래를 할 때나 혹은 민원을 넣을 때, 책임자가 바뀌는 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습니다. 기껏 오랜 세월에 걸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말이 통하는 관계가 되었는데, 어느 날 덜커덕 사람이 바뀌고 나면, 모든 서류 준비를 다시 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를 아는 상대방이,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많은 과정이 생략될 수 있어서, 너무 쉽고, 편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변함없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 사정을 다 아시고, 우리 사정을 모두 하나님 아버지께 대신 간구해 주실 수 있는 우리 영혼의 완전한 대제사장이십니다. 우리는 우리 사정을 다 아시는 중보자 예수님으로 인해,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받고, 완전한 구원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어저께나 오늘이나, 언제나 살아계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영원한 대제사장,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로 영광을 돌립니다. 샬롬. 202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