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끼리
Not for ourselves

한국을 오래전에 떠났던 저는 남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종북 논란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그냥 ‘공산당이 싫어요’였습니다.  아무리 남한의 군사정부가 싫어도, 북한 공산정권을 좋아할 수는 없었습니다.  더우기 1990년대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을 빼짝 말라 처절하게 굶어죽게하면서도 몇몇 사람들만 뚱뚱하게 배불리는 북한 위정자들의 모습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 농장에 나오는 돼지들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이런 동물농장 돼지같은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남한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놀랍게도 그들 가운데는 대통령이 있었고, 군대 장성도 있었고, 정부 요처 인물들과 국회의원도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자기 국민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웃고 떠들고 손잡고 악수하고 포옹하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주려고 하는지 그 정신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종북 내지는 친북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석기 의원을 포함한 대다수가 몸 바쳐 이루려는 가치는 2000년대 한반도를 휩쓸었던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속에 들어있었습니다.  친북 내지는 종북주의자들을 지배하는 이념의 실체는 ‘우리 민족끼리’로 표현되는 극단적 ‘민족주의’였던 것입니다.      

 

사실,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는 달콤한 유혹입니다.  그러나 우리끼리만 똘똘 뭉쳐 잘먹고 잘 살자라는 생각은 우리 자신을 더욱 분열시키고 세상을 파괴시키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똘똘 뭉쳤을 때, 아시아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 군대의 총칼에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일본 자신도 망했습니다.  히틀러가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증명코자 했을 때, 6백만 유대인은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죽어갔습니다.  역시 히틀러와 독일 자신도 망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과 패망은 모두 어쩌면, 우리 민족끼리, 우리끼리,우리만 잘 살아보자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마다 추수감사절 때가 되면 우리 마음은 즐거워집니다.  셀 감사축제가 감사주일에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각 교구별 팀들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무대에 오를까 기대가 됩니다.  그러나 늘 주의해야 할 것은 서로간의 과도한 경쟁입니다.  ‘우리 교구끼리’만을 과도하게 생각하다보면, 이 좋은 교구별 축제를 통해 상처받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우리가 교회행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목적은 ‘다른 누구보다 더 잘하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과 다른 모든 성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가 1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교구가 1등한 것을 마치 내가 1등한 것처럼 기뻐할 수 있다면 우리는 주안에서 진정한 축제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서로를 위해 격려하며 박수쳐주고, 남이 나보다 잘되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공동체가 바로 하나님 나라입니다.  오는 24일 추수감사절 교구별 셀감사축제를 통해, 더욱 성숙하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