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
(A Quiet Thing by 김사인 시인)

“조용한 일”
(A Quiet Thing by 김사인 시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도 점점 희미해지면서, 서로간
의 대화가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늘어납니다. 그 때 그
때 기억나는대로 말하지 않으면, 좀 전에 무슨 말을 하
려고 했는지 그 내용을 종종 잊어버려서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할 말을 잊어 서로간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 자리에서 일어나
헤어져 외로운 공간에 홀로 침잠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로 할 말
이 없어도, 헤어질 필요없이 함께 있어 외롭지 않고 편안한 사람
이 있습니다. 고마운 사람입니다. 실은 이런 사람이 정말 고마운
존재입니다.
종종 성도님들의 댁을 방문 심방할 때, 그 집 거실에 예수님 얼굴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이 쓰여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스도
는 이 집의 주인이시오. 식사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님이시요. 모
든 대화에 말없이 듣는 이시라.” (Christ is the Head of this house;
The Unseen Guest at every meal; The Silent Listener to every conversation)
주님은,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에서, 그저 슬며시 우리곁에 앉아 말
없이 우리 대화를 들어주십니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으로,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십니다. 참 고마운 분이십니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입니다.
오늘 추수감사주일, 우리를 고아같이 버려두지 않으시고 늘 우리
곁에 조용히 함께 있어 외롭고 슬프지 않도록 늘 우리 마음과 삶
을 지켜주시는 주님께 깊이 감사하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
를 소원합니다. 샬롬. 202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