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는 가을
Fall to your ears

귀로 듣는 가을 (Fall to your ears)

       by 박이도

가을은 가장 먼저

내 귀로 다가온다.

귀뚜라미가 맑은 소리로

새벽잠을 깨우니까

잠 아니 오는 새벽엔 인생을 곱씹어 본다.

꿈속의 현실인지

현실속의 꿈인지

과연 세월은 허망한 것일까

산에 오르는 건

화려한 단풍의 빛깔을 쫒아가는 것

험한 등산로 아래

흐르는 냇물 소리에

발을 담근다.

눈을 감는다.

그 때 정적을 깨는 새소리에

화답하듯

소슬바람이 분다.

먼 바다의 파도 소리로

숲 속의 나뭇잎들을 떨구고

더 숨죽여 귀를 멈추면

산과 산이 손뼉을 치듯

노을을 향해 어둠을 합창한다.

자연을 보라.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

귀로 듣는 가을,

거기 내 하나님의 음성이 숨어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