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도가니’
A melting pot of anger

지난 해 7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대학생 토론 동아리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 지망생인 한 여학생에게 공인으로서 입에 담지 못할 성희롱 발언을 해서 의원직에서 제명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국회는 이런 저런 이유로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국민들의 여론이 잠잠해 질때까지 미루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록에도 남지 않는 무기명 투표로 강용석 의원을 구제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저들은 오히려 취재기자와 언론사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법정에서 사실을 밝힌 학생까지 위증으로 고소했습니다.

 

요즘 한국은 ‘도가니’라는 영화로 온 사회가 정말 분노의 도가니로 끓어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도가니’는 전라남도 광주에 있는 장애인 재활학교인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실화를 다룬 영화입니다.  지난 22일 개봉되어 불과 8일만에 벌써 15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광주 인화학교 사태는 2005년 교직원이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에 성폭행 사실을 제보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는데,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인화학교 교장, 행정실장과 재활교사등이 8명 이상의 장애 학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것입니다.  말하지 못하는 절대적 약자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이 조직적으로 성폭행한 내용은 듣기에 매우 거북한 ‘불편한 진실’이었지만, 그보다 더 온 국민을 가슴이 찢어지는 분노에 불타오르게 한 것은,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입니다.   성폭행을 당한 장애 아이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당시의 몹쓸 기억으로 고통하고 있는데, 인화학교 성폭력 관련자 6명이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 받은 대가는 참으로 미미했습니다.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을 면했고, 2명은 각각 1년, 2년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2명은 전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현재 다시 인화학교로 복직된 선생도 있습니다.  오히려 성폭력 사태를 처음 알린 보육교사만 학교에서 해임되었고, 이 보육교사와 동조한 교사들은 모두 정직, 감봉등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정작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모두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고, 아이들의 말 못할 고통과 아픔을 위해 자신을 던졌던 사람들은 모두 불이익을 당했던 것입니다. 

 

강용석 의원의 제명안을 부결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인물들은 뜻밖에도 박희태 현 국회의장과, ‘죄 없는 사람있으면 돌을 던지라’고 감히 참람하게도 성경을 인용해서 강의원을 옹호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 그리고 제명을 반대한 대다수의 국회위원들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어주리라고 국민들이 굳게 믿고 의지했던 자들’이 모두 한통속이었던 것입니다.   강의원 제명안이 부결된 후에, 강의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던 피해 여학생은 ‘오히려 거꾸로 보복을 받아 불이익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힘없는 여학생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사실도 듣기에 거북하지만, 그러나 더욱 우리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아픔과 분노는 ‘피해자를 더 한층 비참하고 두렵게 하는’ 범죄자와 한 통속된 이 사회의 태도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리스도인들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죄와 악함에 굴복하지 않고,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리’는 일에 쓰임받기를 원하십니다.   이번 ‘도가니’ 영화를 통해, 한민족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더러움과 악함과 추함이 ‘거룩한 분노’의 불길에 의해 다 쓸려 녹아 사라지게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