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의 빛
Light of Christmas

오래 전 한국이 모든 면에서 어려웠을 때, 교회의 성탄 행사는 종종 ‘온 동네 잔치’가 되곤 했었습니다.  부모가 타종교를 갖고 있던 아이들도, 성탄절은 교회에서 공짜로 주는 성탄 캔디의 유혹에 따라, 부모님의 눈길을 피해 교회당을 처음으로 밟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세상에서는 가장 춥고도 어두운 12월 24일과 25일, 성탄 이브와 성탄절, 교회에는 밝은 빛과 따뜻한 불이 있었고, 악기에 맞춘 신명나는 노래와 재미있는 아이들의 성극이 있었고, 깔깔 웃음과 달콤한 캔디가 있었습니다.  또한 성탄 이브 행사와 함께 이어지는 밤샘과 새벽송은 오랜 세월 기억에 남을 만한 뿌리깊은 신앙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예수님은 잘 몰랐지만, 그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통해 어두운 세상에 임한 예수님의 밝도도 따뜻한 사랑과 임재를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했던 기억이 바쁜 생활속에 잊혀졌다가, 힘들고 춥고 외롭고 어려울 때, 방황하는 영혼들을 일깨워, 다시 교회로 나올 수 있게 힘을 주기도 했습니다.  

 

남한 기독교인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2월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성탄절기를 맞아 애기봉과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등 3곳에 성탄트리 모양의 등탑을 세울 예정이었습니다.  밤에는 아주 먼거리에서도 작은 불빛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해발 165미터의 애기봉 정상에 세워진 등탑의 불은 2-3킬로미터 떨어진 북한 개성시내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올해들어 유난히 이 애기봉 점등에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주말과 휴일에만 ‘불켜기 놀음 당장 중단하라.’ ‘최악의 사태를 몰아오는 심리전 도발.’ ‘엄중한 후과를 초래할 등탑 놀음’ ‘점등불은 전쟁불’ 등 4건의 비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등탑 하나 세우는 일에 북한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거부하는 이유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악을 행하는 자마다 빛을 미워하여 빛으로 오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 행위가 드러날까 함이요』(요 3:20)라고 말씀했습니다.

 

아쉽게도 올해는 김정일 북한위원장의 죽음으로 인해 애기봉 성탄점등식이 이루어지 않게됩니다.  남한 정부 당국자는 19일 “애기봉과 평화전망대, 통일전망대의 등탑 점등식이 김정일 사망으로 비상사태에 처한 북한 지도부와 군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에는 점등식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기독교계에 이같은 방침을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를 밤에 인공위성에서 보면, 남과 북이 극단적으로 다르게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남과 북의 전력 공급상황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남쪽은 밝은 빛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북쪽 땅은 온통 어둠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어둠과 사망의 그늘에 앉아 있는 북한에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입니다.  비록 올해에는 애기봉 점등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얼어붙은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영원한 생명의 빛으로 나오게 하는 ‘성탄의 빛’이 춥고 어두운 북녘땅 곳곳에도 충만하게 임하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