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정리
Clutter busting

오래 전 미국에 올 때, 고등학교때 쓰던 교과서들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세간 살이를 바리 바리 산더미처럼 싸가지고, 배로 붙여 가져왔었습니다.  그리고 고생끝에 그 짐을 찾아와서는 컨테이너를 빌려 엄청나게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돈들여 힘들게 가져 온 물건들을 다시 돈들여서 힘들게 버리는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몽땅 버리고 난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또 어김없이 물건들이 쌓여갔습니다.   별로 사용하지 않는 그릇들, 옷, 가방, 프린터, 컴퓨터, 신문, 잡지, 많은 책들, 크리스마스 카드, 필요없는 서류뭉치들, 기타 수많은 것들이 잠깐 사이에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냉장고안에는 후에 먹겠다고 냉동시킨 음식으로 넘쳐나는대도, 우리는 냉장고가 작다고 보조 냉장고를 두고 또 채워가는 것입니다.   왜 우리는 그 때 그 때마다 쓰거나 먹지 않을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살지 못하는 것일까요?

 

마이크 넬슨이라는 저자가 쓴 ‘잡동사니 증후군’이라는 책이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쉴 새없이 주변을 어지럽히거나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산더미처럼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종류의 사람들을 잡동사니 중독자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잡동사니를 치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사실 외면의 잡동사니사람 내면의 잡동사니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안에 있는 혼돈과 꽉찬 어지러움이 겉으로 드러날 때 잡동사니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잡동사니는 내 주변에 쌓인 쓸모없는 물건뿐만이 아니라, 친구나 자식과 같은 인간관계, 그리고 애완동물이나 혹은 신앙심안(쓸데없는 염려, 걱정)에서도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내,외면적인 잡동사니를 정리하면, 새로운 것을 맞이할 수 있게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인생은 과거 추억의 잡동사니 창고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창조적 공간으로 쓰임받아야 늘 새롭고 건강하고, 활기차게 달려갈 수 있습니다.  애플사의 전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집에는 텅 빈 공간에 매우 단순한 가구들만 있었다고 합니다.  창조력은 비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새로운 창조를 이루시기 전에, 먼저 혼돈하고 흑암이 깊음위에 있는 세상을 비우셨습니다. (궁창-expanse, 빈공간)

 

오는 4월 1일 종려주일에는 온 교우들이 한 마음으로 각 선교회별로 교회 대청소를 하려고 합니다.   교회 청소의 목적은 ‘교회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를 비우고 청소하는 것입니다.  외면적으로는 쌓여있는 쓰레기를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우리안에 쌓여있는 미움과 이기심과 쓸데없는 걱정과 두려움같은 영적 쓰레기를 모두 함께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교회 청소는 우리의 교회와 우리 인생을 과거 추억의 창고가 아니라, 성령충만한 미래의 창조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준비하고 청소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화창한 봄날에 외면을 비우고 닦고 청소하시면서, 여러분의 내면도 함께 비우고 청소하여, 올 한해 주님께서 새롭게 채우실 놀라운 은혜를 기대하며 달려가는 저와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샬롬.